[Book Rea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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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lovely {2007-11-10 16:02:02}  hit :: 1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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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이 책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 by 가쿠타 미쓰요, media 2.0
이 책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
가쿠타 미쓰요 저/민경욱
책을 쓰는 작가들은 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그들은 책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까? 작가들의 책 읽기는 궁금증을 자아낸다. '소설가의 독서 일기'가 언제나 세인의 주목을 끄는 이유도 바로 그러하다. 하지만 가쿠타 미쓰요의 『이 책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는 그녀가 읽은 책들에 관한 책이 아니다. 그보다는 어린 시절부터 그녀의 삶을 지배해온 책이라는 존재와 자신의 관계를 아홉 가지 이야기로 풀어낸 소설집이다. 소설로 풀어낸 책에 대한 보다 근원적인 성찰인 것이다.

가쿠타 미쓰요는 책과 자신의 관계를 연인 관계로 비유한다. ...


-읽은 기간: 2007.11.06-11.08
-제목: 추억을 부르는 책

9편의 단편을 가만 생각해 보니 모두 길 위에서 읽었다.
3일간 평균 3편씩 출퇴근 지하철 안과 집으로 돌아가는 어둑한 밤 길에서...
그렇게 읽다 말고 책 사이에 집게 손가락을 넣어놓고 한참을 추억 속을 더듬게 한 단편은
'그와 나의 책장','서랍 속','첫 발런타인데이'. 그리고 '작가의 글'과 '옮긴이의 글'.

그 중 최고의 단편은 '서랍 속'
전설의 고서를 찾아 헌책방을 틈틈이 뒤지게 되는 세 사람의 이야기.
전설의 고서를 전설로 만들게 한 글이 첫 기억 혹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의 장면을 적은게 아닐까란 추리로부터 이 이야기는 '반짝'하고 빛난다. 그래서 집게 손가락을 그 장면 사이에 집어 넣고 한 템포 쉬면서 생각했다. 내 생애 첫 기억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 옷장 속에 숨어서 빠꼼이 열린 문틈으로 보던 이사하던 풍경이 첫 기억. 세상 밖으로 껍질을 깨고 나오기가 그 때도 그리 두려웠었나. '나란 사람 여전해.'싶어 후훗 혼자서 가로수 아래서 살풋 웃고, 대학가의 번쩍거림을 지나 주택가로 접어드는 길을 걸으며 편의점 앞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기억해 냈다. 생애 첫 여행지였던 인도에서 석양이 내려 앉는 지평선을 보며, 털털거리며 가는 트럭 뒷편에 둘러 앉아서 다 같이 부르던 노래가 있던 그 순간. 그 하늘과 그 들판과 그 빛깔과 음조 속에 다시 한 번만 더 머물렀으면 정말 좋겠다고 가슴 설레어 하다 다시 책 속의 이야기로 눈을 떨궜었다. 게다가 이 단편의 마지막 장면, 주인공이 전설의 책에 쓸 수 있는 최고의 장면을 만들어 내는 순간에서 끝난다. 영화 같은 엔딩!

그 전설의 고서에 썼을 혹은 쓸 누군가의 장면들을 엿보고 싶어진다. 당신이라면 이 책에 쓸 장면은 무엇인가 묻고 싶어진다. 이 단편 뿐 아니라 모든 단편 하나 하나를 읽어가다보면 '나의 책에 대한 이야기는 이래요, 그렇다면 당신의 이야기는 어떤가요?'라고 묻는 듯 하다. 그래서 작가의 글의 마지막 문장도 '책과 당신과의 교제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로 끝맺는걸 게다. 누군가의 사랑 이야기를 들으면 나의 사랑 이야기도 주절주절 늘어놓고 싶은 맘이 들듯이 나와 책과의 사랑이야기를, 그 역사를 떠올리며 얘기하게 된다. 책과 연애를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은 수다쟁이로 만드는 책이다, 이 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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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읽은 책 감상이 됐는데 정말 내가 하고 싶었던 얘기는 여기서부터다. 이 책을 읽고 떠올랐던 수 많은 지난 시절의 연인들에 대한 이야기가 하고 싶었다. 옮긴이의 글 첫 머리의 질문에서 더욱 선명히 떠오른 그들의 리스트.

- 어릴 적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독서 삼매경에 빠져 환하게 밝아오는 아침 햇살에 깜짝 놀랐던 기억
: 처음 [로빈슨 크루소]를 보고 느꼈던 그 동질감, 옥상에 텐트 치고 나만의 세계를 만들 꿈을 꾸게 만든;
: 자야하는 걸 알면서도 가슴의 두근거림을 잠재우기 위해 손을 땔 수 없었던 [아름다운 아이]나
: 새벽에 일어나 얼결에 손에 닿아 읽다가 창가에 비치는 아침햇살을 느끼며 마지막 장까지 읽었던 [오듀본의 기도]

- 자신이 가지고 있던 세계에 대한 고정 관념을 무참히 깨뜨려 버린 충격에 손에 쥔 책을 오래도록 놓지 못했던 경험
: 중2 겨울에 읽은 [동경바빌론]과 [데미안]에서 두 개의 세계를 알고 충격에 휩싸이고
: 대학 도서관에서 처음으로 빌린 [모두 아름다운 아이들]때문에 뒤늦은 사춘기를 겪었고...

- 친한 친구와 책을 돌려 보며 감상을 나누던 살가운 추억
: [동경바빌론]을 빌려준 친구에게 [데미안]의 첫부분을 깨알같이 적어 편지에 가득 채워 보냈었지.
: 참, 그러고 보니 [죽은 시인의 사회]를 짝에게 빌려 읽고는 소유욕 때문에 노트에 책 한 권을 필사하려는 원대한 꿈도 꿨고.

- 예전에 자신이 소중하게 읽었던 책을 같은 느낌으로 읽었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에게 괜한 호감이 생긴 경우
: 그닥 알려지지 않은 책이라고 생각한 상드의 [사랑의 요정]을 읽고 울었다는 M언니의 말을 듣고 '저도 그 책 읽고 울면서 얼마나 가슴 아파했는지 몰라요.'이러면서 급호감 모드가 됐던 기억. 그 후 상드의 다른 책들을 다 읽어보려고 했었는데 왜 아직까지 그 계획을 실천 못했을까 싶네. 이번 기회에 꼭 상드의 책들을 섭렵하리라!

- 처음으로 책을 선물했던 기억.
: 대학 신입생 시절, 조별 과제로 설문지를 돌릴 때 도와준 리더 오빠에게 도대체 감사 표시를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그 당시 제일 좋아했던 [무서록]을 선물 했었지. 지금 생각해 보면 '첫 발런타인데이'의 주인공처럼 초코렛 줄 타이밍에 책을 준 듯 어색한 매치. 밥 한 끼 대접하면 될 것을 불쑥 책을 줬으니;;;

- 존경하는 선배에게 영향 받은 책들.
: 지금은 아는 후배의 남편이자 귀여운 딸내미의 아빠가 된 [무서록]을 받은 선배가 꼭 읽으라 했던 닐 앤더슨의 [내가 누구인지 이제 알았습니다]의 서문은 아직도 기억나.
: 동아리에서 새벽 큐티 모임을 하고 강의까지 시간이 남아 서점순례를 하다 선물 받은, 선배가 강추했던, 쟈크 엘룰의 [세상 속의 그리스도인]
: 책을 사준 그 선배가 여자 친구와 함께 한 챕터씩 읽으며 나누었다던 [마음과 마음이 이어질때]를 사들고 나도 누군가 함께 이 책을 읽고 함께 나눌 사람이 생기길 고대했던 날들...

여러분의 연인 리스트는 어떤가요?

written by 블리=remlin (INFJ, 5w4, http://lovely.zio.to)
at 2007/11/12

- 책정보는 예스24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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